5. 주어진 상황을 만들어가는 기법들
1) 액티비티(activity) 찾기
마이즈너는 연기가 말이 아니라 행위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상상의 상황을 만들어가는 방법의 첫단계로 액티비티의 설정을 제안하고 있다. 앞서 문을 두드리는 적극적 상황에서 반복훈련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데 거기에 필요한 필수 요소가 액티비티이다. 앞서 잠시 설명한 바와 같이 액티비티는 행동, 행위로 번역되지만 여기서는 우리가 쓰는 보편적 의미보다는 신체적 활동으로써 장면내에 행하는 활동이란 의미가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원어 그대로 액티비티로 사용하고자 한다.
액티비티는 신체적인 것이어야 하며 본인에게는 어려운 활동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막대기를 손 끝에 올려놓고 균형잡기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액티비티는 구체적이고 그 행위가 완수되는 지점이 어딘지 알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카드로 집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면 카드가 한 벌인지, 몇 층으로 집을 쌓을 것인지 구체적이어야 한다. 만약 라켓으로 공을 치는 액티비티라면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50번을 치기와 같은 형태여서 그 완결지점이 어딘지 명확해야 한다. 아마 50번이 자신에게 생각보다 치기 쉽다면 더 높은 숫자로 어려움을 만들어야 한다.
액티비티로서 나쁜 예는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육체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뿐더러 위대한 소설의 판단 또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동생의 10살 때 모습을 기억해서 초상화 그리기라면 기억이라는 머리 활동이 반복훈련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여동생의 10살 때 사진을 두고 그대로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액티비티를 하는 데 있어 시간적 제한은 좋지 않다. 라켓으로 공을 50개 치는데 2분안에 친다는 설정은 훨씬 더 어려워 보이지만 반드시 신체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행위를 하려고 애쓰도록 만드는 추진력은 있어야 함으로 아예 불가능한 일이어서는 곤란하다.
액티비티를 설정하고 문을 두들기면서 반복훈련이 시작된다.
- A는 액티비티를 하고 있고 B는 문밖으로 나가서 세 번의 다른 노크를 한다.
- A는 액티비티를 지속하면서 B의 노크를 들을 때마다 어떤 노크인지 들은 대로 말한다. “그건 화난 노크였어”, “부드러운 노크” “넌 주저하고 있구나”
- 세 번째 노크에 대한 말 이후에 B는 들어와서 그것에 대한 반응으로써 둘 중 누구든 먼저 반복을 하게 된다.
다음 단계로 학생들은 이 액티비티를 하는 단순하면서도 특별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다음의 대화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래리: 오늘 이 오리가미 독수리를 만든 단순하고 특별한 상상의 이유는 뭐였지?
학생 : 대회요.
래리 : 좋아, 오르가미 대회. 넌 왜 참가하지?
학생 : 단지 친구들한테 존경받기 위해서요.
래리 : 우선 ‘단지’란 말은 빼고, 어떤 것을 하는데 ‘단지’란 있을 수 없지! 그 이유는 복잡하고 일반적으로 보이는데. ‘친구들한테 존경’ 받는 걸 어떻게 알지? 이제 아주 단순하게 다시 작업해보자. 왜 참가하려고 하지?
학생 : 상이요.
래리 : 좋아, 뭔데?
학생 : 많은 돈이요.
래리 : 좋긴 한데 많은 돈은 일반적이야. 그냥 만 달러도 일반적이지. 무엇을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이 돈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식으로 구체적이어야 해. 그렇지 못할 때 일반적이라는 거지. 돈 말고 더 단순하게 만들자. 이 대회에 이겨서 상을 받게 하는 사랑스런 무엇은 어때? 정말로 너를 흔들어 놓는 상은 무엇일까?
학생 : 새차요.
래리 : 응? 무슨 차?
학생 : 토요타요.
래리 : 어떤 토요타가 너의 꿈의 차지? 어떤 차면 상을 받는 게 환상적일까?
학생 : 토요타 픽업요.
래리 : 아, 토요타 픽업!
학생 : 사륜차!
래리 : 어떤 색?
학생 : 빨간색요!
종이로 오르가미 독수리를 만드는 액티비티를 하는 이유는 대화의 말미에 가면서 아주 구체적이고 단순해졌으며 그것은 학생이 그 활동을 하게 하는 충분한 동력이 되었다.
액티비티의 이유를 단순하고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은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는데 오늘은 당신의 어린 동생의 생일이라 동생을 위해 그림 퍼즐을 그려서 선물하려 한다. 동생은 ‘미녀와 야수’ 이야기와 퍼즐을 좋아하고 그래서 당신은 퍼즐 카드 위에 직접 미녀와 야수 그림을 그려서, 동생이 퍼즐을 맞출 수 있도록 그림을 분리해서 선물한다. 당신의 액티비티는 퍼즐 카드에 미녀와 야수 그림을 그린 후 동생에게 선물로 주는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하지 않겠지만, 오늘은 동생의 생일이라는 특별한 조건이 있고 당신은 그 선물을 받고 기뻐할 동생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액티비티의 이유를 구체화하는 것은 그 일을 하면서 동시에 문에서 들어오는 상대에게 반응 하며 반복훈련을 할 때 갈등을 만들기 위함이다. 해야하는 행위와 들어온 사람의 방해는 내재적 갈등을 만든다. 둘은 동시에 나를 잡아당기는 것이다. 액티비티의 이유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둘 사이의 갈등도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이 순간 감정은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