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험을 결정하는 것
즉흥을 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매 순간을 헤쳐나간다는 뜻이다. 경험은 감각, 느낌, 사고, 기억, 상상력, 동작들의 상호작용에서 생긴다. 미련이나 결과에 대한 집착없이 내부에서 오는 정보들을 계속 인식하는 한, 우리는 그 경험을 ‘현재’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상황을 주로 하는 즉흥을 할 때 우리는 지금 막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에 대처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불편해지고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 매 순간을 그냥 넘기려다 보니 자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인식하면서 그만두고 싶어지게 된다. 이것은 잘 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나오는 자기 검열로 인해 일어난다. 올바름을 생각하면 어떤 일을 쉽게 결정내리지 못한다. 결과를 기대하고 행할 때 우리는 매 순간 멈칫하게 된다. 창의적인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금 일어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육체는 현재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액션 씨어터는 우리의 장애를 없애고 현재에 존재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자포라는 “우리는 덜 겁내는 것을 배운다.”, “서로 함께 작업하면서 존재의 어두운 동경과 우스꽝스런 위험성을 탐구한다”고 한다. 필자가 느꼈던 자유로움도 잘못된 것,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듯하다.
어떤 결과물보다는 매순간에 내려지는 결정들의 결합, 그 과정이 소중하고, 거기서는 어떤 잘못도 허용되고 있기에 선택은 언제나 자유롭다.
사람은 인식 안에서는 안전하다. 눈, 귀, 육체, 감각, 정신, 모든 것은 사라진다. 어떤 판단이나 계획도 없다. 의견도, 추억도, 환상도 없고 오직 인식만이 존재한다. 우리가 내안에서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도, 배경도, 꿈도, 욕망도 아니다. 단지 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 뿐이다. 행위하고 있는 존재뿐이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검열로부터 벗어난 존재의 모습은 당당하고 자유롭다. 그 상태에서는 매순간을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다. 집중이 미래의 것이나 사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범주에 있을 때 순간을 결정할 수 있다. 내 몸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인식할 수 있을 때 그것에 대한 반응을 결정해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경험을 결정하고 행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식의 범위가 확장된 존재의 다른 상태를 요구한다.
즉, 즉흥을 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경험을 조직하고 결정해나가는 존재의 다른 차원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즉흥을 설명하는데 있어 존재의 문제는 당연히 거론되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