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즉흥 훈련의 일회적 한계
1) 즉흥 훈련의 개념과 범주
즉흥은 하나의 장르는 아니다. 음악, 무용, 시 등 여러 분야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는 하나의 작업 방식이다. 따라서 즉흥훈련이 무엇이냐를 규정하거나 그 범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공연에 사용되는 즉흥은 정확히 하나의 공연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어 즉흥공연, 즉흥연주, 즉흥무용 등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훈련에 사용되는 즉흥은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기에 이 훈련은 즉흥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 훈련은 아니다 라는 기준을 들이대기가 어렵다.
먼저 즉흥에 대한 사전적 개념을 살펴보자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애드리브라고도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렇듯 즉흥은 반복적이라거나 형식적인 어떤 부분을 벗어나 일회적 상황 속에서 순간적으로 자신의 가능성이 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의 연기에 있어 즉흥의 개념은 보다 구체적이다. 연기훈련을 정리하고자 했던 미쉘 생 드니는 즉흥은 “무엇인가를 미리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나의 존재 자체가 그 자극에, 대상에 반응하게 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또한 연극에서 즉흥의 쓰임새를 파악하고자 했던 프로스트(Frost)는 즉흥은 “환경에서 오는 예기치 않은 자극에 대한 자발적인 반응으로 생각, 상황, 인물의 조화로운 신체적 표현을 유발시키는 인간 자원들, 몸, 공간의 사용에 대한 기술”이라 정의 내린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자발적으로 반응하여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기술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즉흥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어 왔는데 그 경향을 몇 가지로 구분지어 보면 다음과 같다. 연극게임과 같은 형태, 기초 연기 훈련에서 즉흥 상황 훈련의 형태, 스타니슬라브스키 기초훈련의 에뜌드(짜여진 즉흥) 형태. 이러한 구분 외에도 인물구축을 위해 제작 작업에서 즉흥을 활용하거나 작품을 공동으로 만들어나갈 때 사용되는 등 보다 다양하게 이용되기도 하지만 본고에서는 기초연기훈련으로서 즉흥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필자는 극단 활동 경험과 연기실기 대학원(MFA)과정의 수업 경험, 많은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즉흥을 경험해왔다.
이러한 워크숍과 수업에서 즉흥은 저마다의 목표와 방법론을 가지고 배우의 집중력과 상상력을 길러주거나 상황 인식능력을 길러주는 등 기초연기훈련으로써 역할을 했었다.
그럼 여기서 잠깐 내 경험 속 즉흥들을 반추하면서 필자가 느꼈던 즉흥훈련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