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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연기논문읽기9- 신체가 곧 의식

by 퓨리오사24 2024. 8. 3.

현상학에서 설명하는 현재의 개념은 시간의 연속선상에 있지 않다. “현재를 존재로 이르게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며 미래를 존재로 이르게 하는 것은 현재가 아니며 그것은 오직 사물들과 나의 관계에서 탄생한다. 따라서 현재의 개념은 시간의 연속이 아니라 오직 지금의 연속일 뿐이다. 이와 같은 현재에서 현재로의 전이가 곧 현전(現前)이라고 설명한다. 현상학에서 세계와 존재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그것이 드러나는 것으로서 현상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의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의 순간 세계와 나의 존재가 관계맺는 이러한 지각 구조에서는 이성적 논리가 파괴된 상태이므로 인지의 목적성이 즉흥적으로 유발될 수 있게 된다. 즉흥적으로 목적이 발생되는 것은 이성적 논리와는 대별되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식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도 신체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고도 설명할 수 없다. 오직 신체와 의식이 통합된 제3의 존재로서만 인식이 가능하다. 그것을 내가 사고하고 판단한 것인지, 나를 지배하는 무의식적 관념들에 의한 것인지, 동물적인 본능에 의한 것인지가 뚜렷하지 않으며 몸이 원하고 마음이 원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태만이 바로 지금의 순간을 보다 극명하게 인식하게 된다.

, 이성적 과정에 의해 결정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의식이 하나인 상태로서 즉흥적으로 상황에 반응하는 것을 존재하는 상태, 곧 현존(presence)이라 보는 것이다. 현상학적 연기를 주장하는 박재완은 이 상태에서 배우가 자신이나 자신의 행동을 되새기거나 판별하지 않고 신체와 자아가 일체가 되어 오직 바로 지금을 호흡할 뿐이며, 행동의 영원한 현재성(perpetual presence)”을 성취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를 경험해나가는 즉흥의 방식은 현상학에서 설명하는 신체가 곧 의식인 제3의 존재 상태로서 매순간 주변과 맺는 인식과 지각의 경험으로 설명되어질 수 있다.

앞서 현재를 산다는 것’, ‘경험을 결정하는 것’, ‘현상학적 입장에서 바라본 존재와 같은 어려운 내용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이러한 관점이 즉흥 훈련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즉흥감각이 곧 존재, 배우의 현존과 어떻게 관련지어질 수 있는지, 즉흥의 목적성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액션씨어터훈련에서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발견했고 그것이 효과면에서 기존 즉흥 훈련들과 다를 수 있게 만든 것이라 본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훈련의 내용이 어떻게 다른가 보다 더 앞서 파악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며 훈련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